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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구부러지다시(詩)/김선태 2014. 5. 21. 23:28
구부러진
지리산 아랫마을 팔순 할미의 허리는
유장하게 굽이치는 지리산 능선을 닮았다
가만 보면
저녁 능선 위에 걸린 초승달과도 겹친다
지리산 품에서 태어나
한평생 지리산만 바라보며 살아왔으니
몸속에 지리산 한 채를 온전히 품었겠다
지리산의 친딸로 스스럼없겠다
팔순 할미의 허리에는
육신을 가파르게 끌고 온 세월도 세월이지만
강물도 산길도 밭두렁도 저녁연기도 있고
구부러진 지리산 유전인자가 다 스며있다
구부러진다는 것은 돌아간다는 것
늘그막에 어린 아이가 되어 친정집에 들듯
원점으로 휘어져 회귀하는 일이다머잖아 지리산이 할미를 불러들일 것이다
(그림 : 김우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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