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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주꾸미 쌀밥시(詩)/김선태 2016. 4. 24. 14:43
입맛 없는 봄날 목포 뒷개 횟집엘 가면 색다른 쌀밥이 있다.
이름하여 주꾸미 쌀밥.
알이 꽉찬 주꾸미를 살짝 데쳐 배를 가르면
그 속엔 영락없는 쌀밥 한덩이가 소복이 들어 있다.
게다가 덤으로 노르스름한 양념 된장까지 들어 있다.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그것을 한입에 넣고
천천히 오물거리면 그야말로 천하일미.
달아난 밥맛이 삽시에 돌아온다.
쌀이 귀하던 시절, 죽기 전 흰쌀밥 한 그릇 먹어보길 소원한 아비에게
대신 지어올려 효도했다는 주꾸미 쌀밥.
하도 맛이 있어 그 아비 숨마저 절로 꼴깍 넘어갔다는 주꾸미, 주꾸미 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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