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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낚시 유배시(詩)/김선태 2016. 4. 27. 20:32
그리움 도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몸을 빠져나와
남해 어느 바닷가 갯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거야
바다를 사랑한 죄로 스스로 유배라도 당한 듯
낚싯대 하나 황홀히 드리우고 있는 거야
마음이야 늘 지치고 허기졌으니
그렇게 종일토록 외로움만을 낚아올려도
행복하겠다 오히려
불타는 낙조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이
속세로 유배를 떠나는 것처럼 끔찍하겠다.
갯바람 살랑거리면
마음은 벌써 몸을 저만치 버려두고서
갯바위에 걸터앉아 낚싯대 하나 드리우는 거야
지금껏 살아온 날들과 과감히 결별하면서
남은 생을 즐거이 유배당하고 싶은 거야
이승이 모자라면 저승의 시간까지라도 가불하여
거기 황홀히 몰입하고 싶은 거야 그리하여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드는 어신찌처럼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해도
한 세상 충분하겠다
(그림 : 신정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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