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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놋세수대야시(詩)/김선태 2016. 4. 28. 17:52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숫대야가 있다늙수레한 어머니처럼 홀로 남아 있다물을 비우듯 식구들이 차례로 떠나고시간은 곰삭아 파랗게 녹슬었다어머니, 볏짚에 잿물 발라 오래도록 문지르면다시 환하게 밝아오던 그때처럼추억은 때로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하다
가만가만 두드리면 잊혀진 목소리들도
끈끈하게 살아서 돌아오니
아, 그래 너는 징소리처럼 기일고
나지막한 울음을 속에다 감추고 있었구나
다시 샘물을 퍼담고 어풍더푸 세수를 한다
세수를 하다 말고 물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낯설게 흔들리는 내 얼굴이 하나 있고
그 위로 식구들 얼굴이 아련히 얼비친다
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숫대야가 있다
결코 깨지지 않을 황동신화처럼 숨쉬고 있다(그림 : 민정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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