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탁번 - 아이들의 화실시(詩)/오탁번 2015. 5. 21. 11:06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나는
썰매 타는 여름과 꽃 피는 겨울
십자가 위에 앉은 까마귀가
몽당 크레용을 뒤집어 쓰고
비둘기 흉내를 내며 웃는다
꽃병 위에 뜬 아침해는
앞니 빠진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구름 사이로 솟은 미끄럼틀이
날개를 파닥거린다
아침에 자른 생일과자의 촛불은
어른들의 근심으로 곱게 타오르고
오후의 그림교실에서는
마차를 타고 가는 왕자님이
벽시계에 부딪혀 곤두박질한다
시계바늘이 깜짝 놀라
묵찌빠 묵찌빠
가위바위보를 하고
하늘은 온통 화재가 났다
소방수 아저씨의 날개에도
빨주노초파남보 불이 붙었다
어른들의 근심은
물방울 같은 별이 되어
참 잘 했어요 별도장을 찍는다
(그림 : 김흥수 화백)
'시(詩) > 오탁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탁번 - 그렇지, 뭐 (0) 2016.07.26 오탁번 - 메롱메롱 (0) 2015.08.15 오탁번 - 큰스님 (0) 2015.05.21 오탁번 - 저녁 연기 (0) 2015.05.21 오탁번 - 겨울비 (0) 201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