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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탁번 - 메롱메롱
    시(詩)/오탁번 2015. 8. 15. 22:03

     

     

    팟종에서 파씨가 까맣게 떨어지자

    깨알 쏟아지는 줄 알고

    종종종 달려가는 노랑 병아리가

    참말 우습지?

    쇠파리 쫓는 어미소 꼬리에 놀라

    냅다 뛰는 젖 뗄 때 된 송아지처럼

    내 유년의 꿈이 내달리던 들녘은

    옥수수수염처럼 볼을 간질이며

    메롱메롱 자꾸만 속삭인다

    장수잠자리 한 마리 잡아서

    호박꽃 꽃가루 묻혀 날리면

    제 짝인 줄 알고 날아와 잡히는

    수컷 장수잠자리도

    용용 쌤통이지?

     

    내 유년의 꿈을 실은 장수잠자리가

    투명한 헬리콥터 타고

    커다란 겹눈 반짝이며

    꿈결 속 하늘로 날아온다

    호적등본에나 남아있는 줄 알았던

    추억의 비행장에서는

    까망 파씨와 종종종 병아리와

    금빛 송아지와 별별 장수잠자리가

    날마다 꿈마다 뜨고 내린다

    밤송이머리에 중학생 모자 쓰고

    떠나온 고향 길섶에

    심심하게 피어있는 민들레도

    홀씨 하얗게 하늘로 날리며

    메롱메롱 나를 부른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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