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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어린 개들이 소주를 돌려마셨다
어머이가 한입씩 부어준 것이다
먼 길 떠나는데 어찌 맨정신으로 가겠느냐
이별주를 마신 것이다
어린 개들도 신이 났다 술김에
컹컹 짓기도 하고 깨갱 대기도 한다
주사를 부린다 이별을 눈앞에 두고
어찌 맨정신에 헤어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비틀비틀 부대끼며 서로 핥아주며
끙끙 우는가 싶더니 쿵 쓰러져 잔다
잠든 개들을 어머이는
사과박스에 담아 장차에 실었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이레 되는 날이다
(그림 : 전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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