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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림 - 유월 대관령
    시(詩)/허림 2015. 5. 4. 14:46

     

     

    바닷가 마을에 봄꽃이 다 지고 난 무렵 대관령에 갔다

    이제야 노란 향기 품은 꽃들과 발가스름한 까마구 복사꽃이 폈다

    밭두렁에서 봄을 캐는 아낙들이 나물처럼 환하다

     

    오래 전에 대관령 어딘가 산다는 산막의 여자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봄이 다 지나갔다고 쓴 것 같은데

    다 지나간 봄을 만나러 오지 않겠냐는 답장이 왔다 

     

    몇 번의 봄이 바닷가를 지나간 후

    문득 보고 싶은 봄꽃을 보려고 대관령을 갔다가

    어떤 꽃향기에 끌려 산막을 지나게 되었다

    안개가 밀려오고 이내 바람이 불었고 어떤 꽃향기도 이내 흐릿해지고 서늘했다 

     

    긴 밭고랑 끝에서 그 여자 닮은 여자가 이쪽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내 안개에 묻히고 밋밋한 등강에서 한 떼의 소들이 울며 내려왔다 

     

    유월 대관령 지날 때마다

    봄을 만나러 오라는 한 여자가 산다고 여태 기억하곤 한다

    등강 : 야산 정상을 이르는 강원도 강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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