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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울궈낸다
울궈내는 일은 삶의 결박을 푸는 일이다
흐물흐물해지는 일이다
가마솥이든
양은냄비든
오래도록 과내는 일이다
불을 주데
꺼지지 않을 만큼
너무 세도 안 되고
사그라져도 안 된다
천천히, 스스로 몸 풀 때까지
몸을 풀어 다시 엉겨붙을 때까지
한 마리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마을회관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배운 우리 어머이가
문자를 보내왔다
-지녁에 지배 오라오그라
씨래기 국 과 놯다나는 우리 어머이를 오래오래 울궈먹고 싶다
(그림 : 림용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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