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간다고 하면
'아직 젊구먼'
하시던 어른들은
다 소나무 참나무가 됐을 테고
내가 그 말을 하는 나가 된 것인데
오랜만에 서울 왔다가
누군가 보고 싶어 전화를 하면
'반갑네. 어쩐 일이야. 이따가 만날까'
그 이따가 라는 말이
우리집 밤나무에 걸린 달처럼 환해지기도 하는데
그래 이따가 하늘에서 뜬 달이나 같이 보자
서울에 달이나
동막골에 달이나
마음처럼 둥글어지기도 하고
이지르지기도 하는 것 아닌가
이따가 달뜨면 전화할게
그때 나와
(그림 : 김정호 화백)
'시(詩) > 허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림 - 내촌장 (0) 2017.03.02 허림 - 엄마 냄새 (0) 2017.02.27 허림 - 울궈내다 (0) 2015.05.04 허림 - 유월 대관령 (0) 2015.05.04 허림 - 장날 (0)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