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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 - 먹염바다시(詩)/시(詩) 2015. 4. 28. 11:02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
그 길은 춥다
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
패이고 일렁이는 것들
숨죽인 것들
사라지는 것들
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
내 얼굴은 파리하다
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
뜨겁게 타다
사라지는 것들을 본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겁다
햇살이 머문 자리
괭이갈매기 한 마리
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시인의 출생지인 문갑도 가까이 묵도(墨島)란 이름의 무인도가 있다.
어부들은 바위로 된 작은 섬을 사람이 사는 섬과 구분하여 ‘염’이라 부르는데, ‘먹염’은 바로 묵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림 : 김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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