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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사는 게 힘드냐
아내가 모로 누운 채
어젯밤에 한 말이다
나는 딴 청을 부리듯
부채를 부친다
여울물을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 먹점 찍힌
부채는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킨다
왜 이리 덥냐며 딴 시늉을 걸지만
달력에 기일이며 약속들이
밤고양이마냥 오는 게 아닌가
부채야말로 내 더위쯤 우습게 아는가
악귀라도 쫓는 양 부채는
바람을 일으킨다
덥기로 따지자면 모로 누운 아내의
침묵이 더 더운 법
나는 또 부채를 찾는다
머리맡에 가까이 둔
부채로 나는 또
소리가 나도록 바람을 일으킨다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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