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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단풍잎이었다가 지는 줄 알았다.
나는 네 말이 그렇게 떠나는 줄 알았다.
물이끼 푸른 징검다리 아래서 개울을 건널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버들친 줄 몰랐다.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림 : 정수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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