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왕노 - 눈물의 완성
    시(詩)/김왕노 2014. 9. 23. 23:06

     

     

    눈물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보석이다.

    눈물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기차역으로 몰려가는 것이 종종 목격되는 거리로

    녹아서 눈물이 되려는 눈이 송이송이 내리고

    인류는 눈물의 시간 속으로 진화되어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잃어버렸으므로 눈물의 시간이 시작된다.

    내 문장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진 눈물로 어둠의 싹이 자란다.

    싱싱한 채소를 사라는 외침 속으로도 눈물이 떨어진다.

    택배기사가 누르는 초인종 소리 속으로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떨어지는 습성을 고집한다.

    바람이 불면 떨어지는 눈물의 길이

    잠깐 휘어지기도 한다.

    한낮에 가로수 아래로 걸어가는 눈물은 염도를 달리한다.

    눈물의 얼룩은 세상 어느 문양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어쩌면 생을 걸레처럼 쥐어짤 때 나오는

    생의 즙 같은 눈물이 하염없는 밤

    눈물을 경배하러 오는 먼 별빛마저 눈물에 젖어 있다.

    눈물은 투신하여

    밤 기온에 움직임을 잃어버린 그리움에게

    따뜻한 체온을 전해주고 비로소 산산이 부서져 눈물의 완성을 이룬다.

     

    눈물을 열어보면 눈물 안에 사랑의 기억이 벌레처럼 살아 움직인다.

    어떤 눈물을 열면 고음에 이른 사랑의 노래가 메아리치고

    또 다른 눈물을 열면

    고등어 굽는 냄새가 풍기고 쌀뜨물 같은 시간이 강물로 흘러가고 있다.

    눈물은 비극보다는 삶 더 가까운 쪽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 김영주 화백)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