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왕노 -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시(詩)/김왕노 2014. 6. 12. 17:24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 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하고 손 한번 잡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그림 : 김상백 화백)
'시(詩) > 김왕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왕노 - 넌 천년 동안 만나온 그 사람인 줄 모른다. (0) 2015.01.22 김왕노 - 버들치 (0) 2015.01.22 김왕노 - 눈물의 완성 (0) 2014.09.23 김왕노 - 물고기 여자를 찾아 (0) 2014.08.27 김왕노 - 사진 속의 바다 (0)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