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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물고기 여자를 찾아시(詩)/김왕노 2014. 8. 27. 01:11
후포나 성산포 앞바다에 가면
물고기 그 여자 비늘 번뜩이며
물이랑 이랑을 건너고 있을까
물속의 계절은 벌써 여름이라는데
물꽃 피고 지며
물고기 그 여자의 그리움 부채질하고 있을까
막차를 타고서라도 목포나 포항 앞바다에 가면
물고기 그 여자 아직 떠돌고 있을까
회유의 철 지나
이제 돌아오는 물고기는 없다는데
집어등 같이 그리움 환히 켜면
아득한 수심 거슬러서 물고기 그 여자 올까
누구나 그리운 쪽으로 창문을 열고
가만히 그리운 이름 부르는 저물녘인데
지금 가까운 아산만이나 만호리에 가면
밀물을 따라 물고기 그 여자 돌아오고 있을까
점점 차오르는 물 따라
빈 내 영혼에 차오르며 비린 사랑의 노래 불러줄까
그러다 떠나면 난 갯벌에 누워 생을 앓아도 좋을텐데
지금 바닷가로 가도 좋다는 허락같이
별이 하나 둘 떠오르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라도
부산이나 땅 끝 마을에라도 가면
물고기 그 여자의 소식이라도 들을까
난류를 따라 먼 바다로 떠났다는 그 소식
발아래 잔 물결치며 부서질까
사실은 물고기 그 여자 따라
나도 물고기가 되고 싶다
함께 물고기 되어 북극의 찬 물을 헤치고 헤쳐
물고기의 길을 가고 싶다
오늘 인천이나 아니면 울진에 가면
물고기 그 여자 비늘 번뜩이며 살고 있을까
벽에다 바다 사진 걸어놓고
바다로 창을 내고
하루를 뜨개질하고 있을까
함께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녔던 오월의 거리를
사월의 슬픔 속을 여전히 헤엄치고 있을까
아직도 후포나 성산포 앞바다에 가면
그 여자 혼자 헤엄치고 있을까
비늘 떨어진 나를 알아보고
조용히 헤엄쳐 올까
(그림 : 채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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