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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넌 천년 동안 만나온 그 사람인 줄 모른다.시(詩)/김왕노 2015. 1. 22. 18:14
낯이 익다. 뒤돌아서간 너는, 너의 뒤태마저 가리려는 듯
물안개는 피어나고 혹 우리 언제 만났던 가 따지지 않아도
넌 생시의 골목이 아니더라도
내 꿈속에 드나들며 천년 동안 만나온 사람 같아
백년 솔밭에 달빛 흐르면 우리는 우리의 작은 죄 하나 부끄러워
달맞이 꽃 그늘에 숨어 참회로 울던
우리 그렇게 하여 우리의 마음 청정지역이어서
십장생이 살고 천년 학이 와서 춤추며 놀다가 갔을 터
아무리 보아도 낯이 익다. 잠깐 마주보다가 멀어진 너는
너를 싣고 떠나는
계절의 바퀴소리 철거덕거리며 귓가에 남았는데
철거덕 소리 사이사이마다 칸나 꽃 붉고 새는 우는데
파도는 높고 갈매기 만선을 노래하는데
낯이 익다. 넌 내가 천년 동안 만나온 슬픈 사랑의 그 사람인 줄 모른다.
(그림 : 정종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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