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최영철 - 촛불에게
    시(詩)/최영철 2014. 11. 17. 16:51


      
    누가 빌다 간 꺼진 촛불에 불붙이며
    저에게는 한 푼도 복을 주지 마시라고 빕니다.
    찬란한 환희의 속세만 있어도 행복이오니
    제발 복이 있으시거든
    손톱만큼이라도 촛불에게,
    땅에 내려앉지 못해 하늘을 넘보는
    다만 눈물로 포효하는 촛불에게 주소서.
    다시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미 주신 복락을 다 쓰기에도 불행이오니
    작은 바람에도 가물거리는
    여린 소망을 보소서.
    두 개나 뚫린 눈을
    캄캄한 촛불에게,
    두 개나 열린 귀를
    우두커니 앉은 촛불에게,
    두 개나 뻗은 손바닥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촛불에게,
    천 갈래 만 갈래 펄럭이는 마음 거두어
    촛불에게 주소서.
    당신의 손길로 끄신 이 촛불은
    아무리 그러셔도 한 번 토라지지 않고
    불붙이면 또 불붙습니다.
    다 타버릴 때까지 타야겠다고
    다시 심지를 세웁니다.

    (그림 : 곽호진 화백)

    '시(詩) > 최영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철 - 연탄  (0) 2015.07.20
    최영철 - 쉰  (0) 2015.07.20
    최영철 - 서해까지  (0) 2014.11.17
    최영철 - 강  (0) 2014.08.24
    최영철 - 바람의 노래  (0) 2014.08.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