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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배후에 강이 있다
바다가 제 몸을 까발리며 뒤집을 때
끓어 넘쳐 울고 있을 때
강은 바다를 끌어 앉혀 서늘한 어깨를 감싼다
미친 듯이 왔다가 순식간에 없는 바다로
강은 찢어진 뻘밭의 상처를 핥으며 간다
바다가 난파의 잔해로 울고 있을 때
강은 풀죽은 옆구리로 흘러든다
산의 배후에 강이 있다
바다가 뜯어 놓은 살점으로 산이 되고 있을 때
강은 그 슬픔을 밤새 져다 나른다
산이 주체할 수 없는 무게로 금가고 있을 때
강은 어서 무너지라고 뿌리를 적셔준다
산이 높고 푸르러 더 이상 거느릴 것 없을 때
강은, 자 이제 나를 그윽이 바라보라고
자, 어서 내려와 나를 가지라고 가슴을 열어 놓는다
펼쳐진 강의 가슴팍으로 산의 부스러기와
바다의 거품이 울며 몰려든다
강의 배후로 또 다른 강이 흘러온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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