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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바람의 노래시(詩)/최영철 2014. 8. 24. 01:49
나는 비록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견딘 매화나무 기다림이 욕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잃고 먼 하늘을 헤맨 소쩍새의 소망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밥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찾아 온 눈밭을 들쑤신 살쾡이의 배고픔이 슬프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천근만근이어도 좋으니
내 안의 무게에 저것들이 떠메고온 짐 다 얹어달라 빌었습니다
내 안에 숨긴 고운 꽃다발 풀어 저것들의 길 위에 뿌려달라 빌었습니다
오래 더 오래 저것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게
남은 두 손 잘게잘게 부수어달라 빌었습니다
(그림 : 박은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