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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새 이슬처럼 차고 뜨거운 장르에 왔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라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이 있다
지금 웅덩이 안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가
차고 뜨거운 것을 감싼다
어디 불같은 바람만으로 되는 것이냐고
함부로 내지른 토악질로 여기까지 오려고
차가운 것을 버리고 뜨거운 것을 버렸다
물방울 하나 남아 속살 환히 비친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라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 같은 주름이 있다
오래 삭아 쉽게 불그레진 청춘이
남은 저를 다 마셔달라고 기다린다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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