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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만 달려드는 것이냐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분을 삭이지 못해 뭐라고 숨막히는 함성을 내지르는 것이냐
왜 이리 오래 타는 것이냐
떨리는 내 몸에 기대어 뜨거운 날개를 말리는 것이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풀풀 날려서 왜 내 안을 하얗게 후벼파는 것이냐
가슴이 한꺼번에 막히도록 뜨거운 고함을 내지르는 것이냐
그렇게 오래 찰떡 궁합이 되고도 아직 붙어먹을 게 남은 것이냐
온몸의 기운 다 빠져나가 백발이 되고도 왜 껴안은 가슴 풀지 못하는 것이냐
너 말고는 이제 더 이상 붙어 먹을 게 없는데 들끓는 날개 달아 승천할 게 없는데
그렇게 오래 불태우고도 그렇게 오래 앗아가고도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것이냐
떨며 선 오랜 서성임들을 주저앉히는 것이냐
누가 걷어차면 흥에 겨워 저리 산산이 신명을 다해 부서지고 마는 것이냐
나보다 먼저 서늘해져 나보다 먼저 흩어져 나보다 먼저 흙 속에 몸을 파묻는 것이냐
뜨거웠던 한 시절에 대해
숨막히도록 활활 타오른 그날에 대해
왜 영영 아무 말이 없는 것이냐(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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