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양강 어디쯤
물속의 길이 보인다던 마을은
오천분의 지도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침마다 거룻배를 저으며
빙어잡이 나서는 아버지 눈 속에는
신작로며 미루나무며 대문이며
밥 묻어 놓았던 구들 아랫목도 다 보이련만
비니루로 바람만 막아 놓은
그늘진 방 한켠에는
빙어보다 더 투명한 꿈들이
주름 깊이 머물고
그 사이로 어망을 메고 돌아오는
소양강 어귀쯤
물 속의 길이 다 보인다는 마을에는
저녁안개가 가득 피어올랐다
(그림 : 이황 화백)
'시(詩) > 허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림 - 장날 (0) 2015.05.04 허림 - 흙담길을 걷다 (0) 2015.05.04 허림 - 말 주머니 (0) 2015.05.03 허림 - 길에서 말을 묻다 (0) 2014.10.16 허림 - 조반 들었냐 (0) 201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