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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연 - 수박
    시(詩)/시(詩) 2014. 7. 23. 12:24



    어두운 곳에서 무던히
    고행하는 수도승 되어
    고요히 기다리다
    어느 사이 살그머니 왔을까
    번듯한 몸에 푸른 줄긋기 어디 쉬운 일인가
    노란 꽃무늬 배냇저고리 입고
    밝은 세상 햇살 마음껏 호흡해도
    뒷심 없어 사그라지기도 하지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온 뚝심
    햇살과 바람에 가슴이 터질 듯
    환희에 찬 기쁨으로 긴 호흡 하며  
    수행자의 검은 사리 보석처럼 빛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 하네

    빈 화분에 수박씨 묻어둔 기억도 희미한데
    홀로 싹 틔워 푸른 넝쿨에 노랑꽃 지고
    달린 열매 땅콩만 하다
    어느덧 오리 알처럼 커지더니
    선명해져 줄거진 수박 모양새
    붉은 속살 꽉 채울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당차게 온몸 인사 하네

    (그림 : 이화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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