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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면
난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지
함께 있으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밀고 당기지부러진 돛대, 휘어진 방향타
유리창이 깨진 선실에
목소리 굵은 어부를 태웠던
거친 항해의 기억을
깊은 바닷속에 던진 거야
비무리가 몸을 버리고 뛰어든
시퍼런 난바다
녹슨 용골 같은 어부의 등뼈로
그물을 걷어 올리던 시간이
너울거리는 바다를 건너간 거야
공중에 연을 띄우다
실이 다 풀린 얼레 같은 선체가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로
바다를 출렁이고 있지
억센 파도의 흔적으로
몸을 삭이면서(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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