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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일 - 각이도, 그 후2
    시(詩)/시(詩) 2014. 7. 27. 18:37

     

     

     

    법성포로 가자.

    썰물이 석양을 배웅하며 당도하는 사이

    육지에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막배에 오르자.

    포구의 사람들이 희미해지는 즈음이 그리움의 거리가 될는지도 몰라.

     

    우럭떼를 불러들이듯이 내 손목을 마다하지 않고 잡아주던 각이도여,

    몇 해 전 내가 그곳을 떠나오던 날,

    선창가에서 한없는 눈빛으로 응시하던 견우라는 개를 기억한다.

    이런 머언 후일에서야 그 눈빛의 의미를 알게 되었지.

    떠나는 자보다 보내는 자의 쓸쓸함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익명의 공간이었다.

    육지라는 곳은, 나는 늘 한 자루 칼이었고 웃음 짓는 수많은 얼굴 뒤에선

    수시로 화살이 시위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찰나에 베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건 그의 칼에 목이 잘릴지 모를 일이었다.

    대게 우리는 배신과 피를 먹고 자랐다.

    먼데 불빛이 그리워 질 때까지 너의 품에서 지내고 싶다.

    추락과 부딪힘의 힘만으로도 파도는 진경(眞景)에 이름할진데,

    다시 너를 떠날 때에는 소매를 걷고 첫배에 오르겠다.

    굴비 열댓 두름을 사가지고서 내게 쏜 화살의 주인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려마.

    햇살 한줌과 손끝의 온기도 함께 동봉하여서는

    우체국의 유리문을 환하게 당겨보겠다.

    각이도 : 전남 영광군 낙월면 각이리 10

    (그림 : 김정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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