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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 - 실 뜨기시(詩)/시(詩) 2014. 7. 28. 15:05
그 아이는 나한테
실뜨기를 가르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실 폐처럼 내 양 손에 실을 걸어 놓고
상아 젓가락같은 손가락으로
걸고 풀며 요리조리 움직거리면
북 모양도 생기고 별 모양도 생기면서
살짝살짝 살 댷는 느낌까지 짜릿해서
팔은 저렸어도 즐거웠다
헤어진 뒤 오래 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나한데 가르킨 것이 그 놀이만 아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아이의 에쁜 눈 맵시 하나를 감춰두고
또 다른 실 뜨기를 했었나 보다
그게 마음에 남아서 그런지
지금도 그리움은 자꾸 까실 거리고
때없이 그 계집애 실 뜨기가 궁금해진다(그림 : 장임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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