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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필 - 행복한가요시(詩)/시(詩) 2014. 7. 21. 23:03
봄 하나가 또 덧없이 집니다
라일락 향기 떠나고
영산홍 붉게타는 오월 끝자락
산모퉁이 돌아 여름숲이 울창하고
그 뒤 산허리론 낙엽이 떨어져
아스라히 먼 산봉우리로
눈내리는 겨울이 보입니다
이렇게 또 얼마나 많은
봄이 오고 갈런지 나는 모릅니다
사월이가면 오월을 사랑하고
오월이가면 유월을 사랑하듯 살아갑니다
그렇게 세월도 잊은채
시린 오월을 보낸 우린 정녕 행복했을까요
빨간가방을 멘 우체부 아저씨가
따르릉 자전거를 타고
동네어귀 늙은 느티나무를 돌아 나갑니다
싸릿문위에 뜨거운 연서를 꽂아주고
얼굴붉히며 줄행랑을 칩니다
우리의 작고 소중했던 전설들처럼
봄이 갈때마다
배를탄듯 멀미로 울렁거립니다
인생 다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할순 없는건지요
깜빡거리는 머리속은 노랗게 녹슬고
언젠간 봄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멍한 얼굴로
낯선 거리에 있을까봐 겁이 납니다
우린 정녕
행복했다고 말할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네요...(그림 : 류은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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