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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 산내통신시(詩)/시(詩) 2014. 7. 14. 09:49
그 겨울 동안 체부는 오질 않았습니다
낡은 가죽 가방의 그가 편지였던 시절도
꼴삭한 햇살과 입담이 등기처럼 배달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느릅나무 이파리들 그대 마을로 날리어 가고
푸른 알을 낳던 숲에는
젖은 가랑이를 말리는 감나무들이 처져 섰고
아무도 그 마을의 소식을 빼내가지도
그친 눈발 속에서 빚어진 일들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털갈이를 앞둔 개 몇 마리 얼어죽은 일과
캄보디아 색시가 새벽 운문재를 넘어간 일과
조합장네 사위가 바람 난 일과
걸어서 건너가는 저 겨울을
아무도 유심히 보질 않았습니다
노망끼 도진 할머니가 연신 숟가락을 빠는 동구 앞에는
되돌아오질 않는 눈발이
다시 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그림 : 이인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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