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날품팔이 밭일을 다니셨네
밭일에 지친 하루 해가 지면
어머니가 갖고 돌아오시는
새참으로 나온 빵 한 봉지
어머니 까만 도시락 보따리에서
날마다 풀어놓으시던 빵 한 봉지
그 빵 아껴 나 주시려고
한없이 졸라매셨을 어머니 허리끈이
까맣게 닳도록 그 쓰라린 사랑을
나는 몰랐네
모른 채 몇 년을 꾸역꾸역
아니 살아온 날 온통 어머니 새참을
내가 다 먹고 있었던 걸
그 여름날 저녁
상계동 당고개를 올라오시던
어머니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를 기다리며
고갯마루에서 서성이던 나의
희망은 또 무엇이었을까
가파른 당고개
땀방울 죽죽 흐르던 어머니 얼굴
시원한 비라도 팍팍 쏟아졌으면(그림 : 김대섭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만수 - 산내통신 (0) 2014.07.14 박 일 - 달의 노래 (0) 2014.07.13 임희구 - 나뭇가지 (0) 2014.07.13 정용화 - 나선형의 저녁 (0) 2014.07.12 우대식 - 먼 날 (0) 201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