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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화 - 나선형의 저녁시(詩)/시(詩) 2014. 7. 12. 23:12
아침이 달려드는 것이라면
저녁은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다.
하루가 다 지난 공원에
오래도록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희자가 둥글어 질 때까지
눅눅해진 소리들이 내게로 온다
제대로 우려내지 못한 고백들이
길 위에 뒹군다
몸이 놓쳐버린 마음일까
식지 않는 뜨거움은 없다
황홀하게 침식하는 방식으로
슬픔도 오래되면 권태를 닮아간다
다독일수록 우리는 왜 어긋나는 것일까
딱딱하게 굳어가는 어둠속에서
더듬이는
무엇을 해석해낼 수 있을까
종료되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나선형의 길 끝에 심장 하나 묻어두고
기억만 남아있는 저녁이
어둠속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다(그림 : 노태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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