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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불에 호박 된장국이 뉘엿뉘엿
졸아가던 겨울밤
육백을 치다가
짧게 썬 파와 깨소금을 얹은 간장에
창포묵을 찍어 먹던 어른들 옆에서
찢어낸 일력(日曆) 뒷장에
한글을 열심히 썼던 먼 날
토방 쪽 창호문을 툭툭 치던
눈이 내리면
이젠 없는 먼 어머니는
고무신에 내린 눈을 털어
마루에 얹어 놓고
어둠과 흰 눈 아래를 돌돌 흐르던
얼지 않은 물소리 몇,
이제 돌아오지 않는 먼 밤
돌아갈 귀(歸) 한 글자를 생각하면
내 돌아갈 길이
겨울밤 창호문 열린 토방 한 구석임을
선뜻
알 것도 같다(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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