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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태백에서 칼국수를 먹다시(詩)/시(詩) 2014. 7. 12. 02:03
영주에서 동해로 가다가
태백 작은 마을에서 국수를 먹었다
우뚝우뚝 산 아래 그늘진 마을
눈이 쓸쓸히 내리는 날
한겨울에 냉이를 넣은 칼국수
작은 가게 안에는 사람 하나 없고
연탄난로가 냉랭히 앉아 있었다
어린 날 사북으로 간다고 말하는 것은
내 모든 삶을 유폐시키고 싶다는 욕망이었음을 고백한다
신발을 방 안에 들여놓고 자야 하는 사북 여인숙
긴 형광등을 두 방이 함께 써야 하는 그곳에서
한 마디 말도 없이
검고 검은 세상의 그림자를 조금씩 깨물어 먹었다
그곳에서 추방되어
먼 나라를 떠돌다 이제 다시
사북 언저리에서 후춧가루를 듬뿍 친
칼국수를 먹으며
과연 내 삶은 옳은가
물어보는 것이다
눈송이는 점점 커져
오도 가도 못하는 산협 마을에서
내 멱살을 잡는 한 푼어치 평화와
또다시 싸움을 하였다(그림 : 김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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