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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뿌려준 웃거름이 모두
풀들 차지가 된 것 같다
막된 것들이 더 잘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첫 장마 지나기도 전에 군데군데
철쭉들이 풀에 파묻혔다
키 큰 풀들은 철쭉보다 뿌리가 깊다
뽑으면 철쭉이 덩달아 뽑힌다
철쭉뿌리에 뒤엉킨 억센 풀뿌리를
가까스로 뜯어내고 철쭉은 도로 심는다
도로 심은 철쭉은 대체로
여름 내 시름시름 시들거린다
그러게, 왜 철쭉만 편애하냐고
기세등등한 풀들이 으시딱딱 날을 세운다
농사꾼이 일일이 풀을 탓하면 안 된다
한세상 야코죽지 말자고
시들거리는 철쭉에 가만가만 물을 준다
(그림 : 박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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