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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 - 개펄냄새
    시(詩)/정양 2014. 7. 4. 19:57

     

    어금니 갈아 끼우는 동안
    한 달 가까이 조개 속살을 먹고 살았다
    이 세상에는 무슨 조개들이 그리 많은지
    노랑조개나 모시조개, 꼬막이나 생합이나 바지락말고도
    이름 모를 벼라별 조개들을 먹는 김에 다 먹어 보았다
    초장에 찍어 날것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쌀과 녹두를 섞어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

    그 중 제일로 많이 먹은 게
    흔하고 값싸고 맛있는 바지락이다
    먹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삼시세끼 조갯살만 먹고
    한 일주일 지나면서부터는 트림을 하거나
    방구가 나올 때마다 희한하게도 그 속에서
    매콤시큼한 개펄냄새가 나곤 했다

    사람살이에 가장 요긴한 것들을
    하늘은 애당초 흔전만전 차려 놓았다고 하거니와
    햇빛이나 땅덩이나 물이나 공기도 물론 그렇거니와
    땅에서 나는 풀 중에도 이 세상에
    흔전만전 자라서 흔전만전 번지는 쑥잎이
    사람 몸에 제일로 좋다고도 하거니와,
    잡아도 잡아도 흔전만전 잡히는 개펄의 그 바지락이
    아닌게아니라 오장을 윤택하게 하고 눈도 밝아지고
    정력에도 좋고 술독 푸는 데도 그만이라고들 한다

    이빨 다 갈아 끼운 뒤에도 나는
    변산반도 그 옆구리에 있는
    사람들 바글바글 모여드는 바지락집을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찾아가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트림을 해도 똥을 누어도
    정다운 개펄냄새가 나지 않는다
    바지락집 오가는 바닷가
    흔전만전 누워 있는 개펄 위에는
    바다새들이 쑤월거리며 흔전만전

    그리운 냄새를 쪼아먹고 있다

     (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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