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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독에 띄울 숯을 사러 읍내에 간다
나무 타다 만 게 숯인데
아무 나무토막이나 태워서 쓰자고 해도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는 참숯을 써야 한단다
읍내 장터를 다 뒤져도 숯이 없다
가슴속 한 세상 더글거리는
타다 만 숯덩이들은 쓸모가 없겠지
육십릿길 더 달려간 도회지 시장통에서
가까스로 숯을 만난다
휘발유 값이 몇 배는 더 들겠다
불길이 한참 이글거릴 때
바람구멍을 꽉 막아야 참숯이 된다고
참숯은 냄새도 연기도 없다고
숯가게 할아버지 설명이 길다
참숯은 냄새까지 연기까지
감쪽같이 태우나 보다
이글거리기도 전에 숨통이 막힌
내 청춘은 그나마 참숯이 되어 있는지
언제쯤 냄새도 연기도 없이 이글거릴지 어쩔지
간장독에 둥둥 떠서 한평생 이글거리지도 못할
까만 비닐봉지 속 숯토막들이
못 견디게 서걱거린다(그림 : 조창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