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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 - 참숯
    시(詩)/정양 2014. 7. 4. 19:56



    간장독에 띄울 숯을 사러 읍내에 간다
    나무 타다 만 게 숯인데
    아무 나무토막이나 태워서 쓰자고 해도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는 참숯을 써야 한단다

    읍내 장터를 다 뒤져도 숯이 없다
    가슴속 한 세상 더글거리는
    타다 만 숯덩이들은 쓸모가 없겠지
    육십릿길 더 달려간 도회지 시장통에서
    가까스로 숯을 만난다
    휘발유 값이 몇 배는 더 들겠다

    불길이 한참 이글거릴 때
    바람구멍을 꽉 막아야 참숯이 된다고
    참숯은 냄새도 연기도 없다고
    숯가게 할아버지 설명이 길다
    참숯은 냄새까지 연기까지
    감쪽같이 태우나 보다

    이글거리기도 전에 숨통이 막힌
    내 청춘은 그나마 참숯이 되어 있는지
    언제쯤 냄새도 연기도 없이 이글거릴지 어쩔지
    간장독에 둥둥 떠서 한평생 이글거리지도 못할
    까만 비닐봉지 속 숯토막들이
    못 견디게 서걱거린다

    (그림 : 조창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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