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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까맣게 탄 얼굴이 낯익다
날더러 몰라보겠다고 하는 이들도
정작 나를 몰라보지는 않는다
더 탈 데도 없는 내 얼굴을 이제는
오뉴월 땡볕도 낯설어하지 않는다
이렇게 농사꾼이 되는 거라고
짐짓 김칫국도 마셔가며 틈날 때마다
산밭에 와서 땀을 흘린다
땀 닦기가 땀보다 귀찮아서
흐르는 대로 놔둘 때가 많다
많이 흐를수록 몸이 한결 가볍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세상에
그렇게 개운해도 되는 거냐며
풀들이 한사코 돋아난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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