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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깨칼로 쥐밤 눈을 틔워
솔갱이 타다 만 불땀에 묻으려는데
등 훑어대는 바람이 아궁짝에 쏠리자
잿속에 묻혔던 불씨들이 일제히 눈을 뜬다
부지깽이에 재 위에 화르르 불이 감긴다
타다 만 솔갱이들 씨근씨근 지지며
혓바닥 날름거리며 지들끼리 엉켰다가
갈라졌다가 뜨겁게 되엉키어
야울야울 타오르는 불
몸띵이가 시키는 대로 좀 살자고
고개 쳐드는지 엉덩짝을 조이는지 까무러치는지
불길이 이들이들 자지러진다
뜨겁게 엉켜 있어도 되엉키고 싶은 징한 허기가
불 속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르겠다때깨칼(명사) : 주머니칼(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쓰는 작은 칼) 의 사투리
(그림 : 문순상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