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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캐러 갔다가 수렁배미 못물 떨어지는 곳에
송사리 떼들 소쿠리로 쓰윽 떠왔단다
고춧잎만 한 붕어새끼들도 튀더란다
고추장기 된장기 먹은 무시래기 한바탕 지져댄 솥에
배도 안 딴 히뜩히뜩한 것들을 양푼째 쏟는다
불땀을 쪼매 죽인 뒤 국물 쫄아들 만큼 다갈다갈 더 오래 지지면
시래기가 입에 녹아날 것이다
대가리째 쓴맛째 씹히는 놈들이 태반일 것이다
소주병 찾으려고 정짓문 나서는데
저도 대가리째 씹어버리고 싶은 일들이 있는지
둥구나무 비낀 낮달이 빼꼼하게 얼굴을 내민다
(그림 : 한영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