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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마다 달빛이 댓잎에 찔려 파닥거린다
달구새끼들 목을 따댄 살가지 숨통을 끊으려고 지게작대기 꼬나쥔 밤,
거적때기 솜솜한 구멍을 뚫고 흰나비들이 새어나온다
누런 댓잎들 위에 깔린 흰나비들에 홀려
지네들이 꾀는지 복송뼈가 가렵다
뉘우칠 일도 뒤꿈치로 까뭉갤 일도 이젠 없다는 듯
아카시꽃에 잉잉대는 꿀벌처럼
무작정 한세상 빨려들던 날들이 질겅질겅 씹히는 밤
오늘이 벌써 며칠 째냐,
가뿐하게 싹둑 목 잘리는 꿈자리마다
두 손으로 움켜댈 만큼 몸허물 떨어지는 그 병증을
양귀빗대 우려낸 물로 다스렸다고
사금파리로 돼지불알을 까대듯이
피비린 살맛에 묻어 반짝이는 달빛이 맑다
(그림 : 이동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