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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찰옥수수가 익는 저녁시(詩)/임동윤 2014. 4. 24. 11:10
감자꽃이 시들면서
정수리마다 자글자글 땡볕이 쏟아졌다
장독대가 봉숭아꽃으로 알록달록 손톱물이 들고
마른 꼬투리가 제 몸을 열어
탁 타닥 뒷마당을 흔들 때, 옥수수는
길게 늘어뜨린 턱수염을 하얗게 말리면서
잠자리들은 여름의 끝에서 목말을 탔다
싸리나무 울타리가 조금씩 여위면서
해바라기들이 서쪽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철 이른 고구마가 그늘 쪽으로 키를 늘이면서
작고 여린 몸도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졌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옥수수 줄기처럼 빠르게 말라가던 어머니는
밤마다 옥수수 키만큼의 높이에
가장 외로운 별들을 하나씩 매달기 시작했다
그런 날 나는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졌다
문득, 아버지가 켜든 불빛이 그리워졌다
그 여름이 저물도록 어머니는
가마솥 가득 모락모락 쪄내고 있었다단맛의, 차진 알갱이들이 노랗게 익을 때까지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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