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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엄마의 겨울시(詩)/임동윤 2014. 4. 24. 11:22
토담집 추녀까지 눈에 묻히면
그 겨울의 울진행은 너무 멀었네
여섯자 세치 눈구렁 속
우물길 찾던 아지매들 쿨룩쿨룩 잠들고
뜨겁게 아궁이에 군불 지피며
쌍전리의 겨울은 깊어만 갔네
등잔불 꼴깍 졸아드는 흙집에서
무르팍 훌렁 그대로 드러낸 채
삼베실 잘게 비며 길쌈을 할 때
발이 달린 소문은
더욱 큰 바람의 손으로 자라나고
아침마다 뼈만 남은 가시가 되어
마당 한가운데 허옇게 드러누웠지
삼베실 자아 올을 짜올리는 일이
이 겨울 유일한 쾌락인듯
부르튼 무르팍 함박눈으로 싸매면
옥양목 저고리 앞섶마다
눈물 얼어 떨어지는 싸락눈 소리
미쳐 다하지 못한 말들
뜨거운 신열로 다스리네
딸각 딸각
연둣빛 직조로 봄이 오고 있네
대설경보 속 막차는 끝내 오지 않고
텅텅 빈 가슴 눈물 골짜기
밤새도록 속절없이 싸락눈만 쌓여서
문풍지 틈새 얼굴 디미는 바람
쌍전리의 겨울은 깊어만 갔네
기다림의 아픈 한 그루 나무로 서서(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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