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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나는 바람입니다시(詩)/박종영 2014. 3. 10. 14:40
가을비는 땅 아래로 내리지 않고
고단한 마음을 톡톡 건드리며 떨어집니다
길 위에 수북이 쌓이는 낙엽은
어느 길목에 몸을 뉘이며
지나온 시절을 촉촉이 젖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을 끝에서 방황하는 눈물의 나그네가 됩니다
저 노란 낙엽을 밟지 않고는
인생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울음을 밟으면
지나온 후회를 자꾸 뒤돌아 보는 것도
어느 누구의 원망으로 다스려야 하는지
분간이 안 섭니다
또르르 굴러가는 낙엽과 함께
외로운 길을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나무 등걸에 걸려 문득 멈춰 서면
기억의 한 곳,
그 안타까운 추억 속으로 떠나가는,
그래서 겨울 시작이 한창인데도
가을 숲을 떠나지 못하는 한 개 낙엽의 울음을
곱게 들어야 하는 나는,
바람입니다(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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