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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동백꽃을 훼방놓다시(詩)/박종영 2014. 3. 10. 14:45
외딴섬 붉은 동백꽃이
하얀 고깔을 쓰고 우쭐댄다
어젯밤은 저토록 백설의 면사포를
둘러쓰고 시집을 갔단다
얼마나 융숭한 촛불을 밝혔을까?
오죽하면 눈(雪)에 가슴 열었느냐고 놀려대자
반짝이며 수줍음 타는 노란 입술
그때, 한 줌 둥근 웃음 만들어
스르륵 가슴을 만지며 넘어지는 눈덩이,
경칩 추위 앞세워 시샘하는 봄바람이
동백꽃의 아랫도리를 훼방놓는다
놀라 가로막는 만삭의 낮 달이
꽃샘바람을 밀어낸다
남풍이 항해의 돛을 달고
작은 섬이 들썩거리며 분주하다
이 봄에, 슬픈 이야기는 허리를 굽히고
따스한 젖가슴으로
출렁이는 바닷냄새(그림 : 서기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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