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희 - 쥐며느리를 닮았다시(詩)/권선희 2014. 2. 21. 22:22
무화과 익어 가는 정오를 지나는
꼬부랑 할매
하산치과 담에 낮게 불어
행방불명 신고하러 간다
공익을 위해 근무하는 찬호와 동호는
분식집 국수 앞에 앉았는데
시퍼렇게 대들던 아들은
동네 골목도 밝히지 못하는 집어등 타고 떠나
돌아오는 길을 잃었다
말소를 경고하며 날아든 통지서
꼭 쥐고 부지런히 걸어도
라일락꽃 향내만 어지럽지 멀기만 한 읍사무소
생떼 같은 막둥이 돌아 올 길 지우러 가는
둥그런 등허리에는
햇살까지 무겁게 올라타고 있다
쥐며느리는 평지의 낙엽이나 돌 밑, 집 주위의 쓰레기 더미 등 습한 곳에 무리 지어 삽니다.
쥐며느리는 무엇에 놀라면 몸을 둥글게 움츠리고 죽은 시늉을 합니다.
서식지가 쥐들이 들끓는 곳이라서 쥐가 지나가면 죽은 시늉을 하여 몸을 보호합니다.
쥐를 두려워하는 모양이 꼭 시어머니 앞에서 꼼짝 못하는 가련한 며느리 같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쥐며느리를 한자어로 서부(鼠婦),서고(鼠姑)라고 합니다.(그림 : 류윤형화백)
'시(詩) > 권선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선희 - 북어의 노래 (0) 2014.02.21 권선희 - 누꼬? (0) 2014.02.21 권선희 - 작곡재에서 (0) 2014.02.21 권선희 - 길을 보면 가고 싶다 (0) 2014.02.21 권선희 - 열무김치가 슬프다 (0)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