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울가 지나다가
소리 들었을 뿐인데
소름이 화르르 도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생풀내 풍겼는데
어머나, 소리를 보고 만 것이다
지 몸 내 몸 할 것 없이
쉭쉭 감아 조으고 도는 둥그런 뱀떼
소복한 가시덤불엔 흰꽃 아찔아찔
그만 훌딱 까무러치고 말았다
내 몸 영글어 눈알 새까만 씨앗 떨구고서야
그건 찔레나무
하얗게 넘어가는 소리라는 걸 알았는데
찔레꽃, 떠올릴 때마다
가시나무에 매달려 겁나게 사랑하던
숲의 둥 이 살아나
한겨울에도 온몸이 스멀스멀하다
(그림 : 장용림 화백)
'시(詩) > 권선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선희 - 길을 보면 가고 싶다 (0) 2014.02.21 권선희 - 열무김치가 슬프다 (0) 2014.02.21 권선희 - 라면 (0) 2014.02.21 권선희 - 항구양장점 (0) 2014.02.21 권선희 - 즐거운 합석 (0)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