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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즐거운 합석시(詩)/권선희 2014. 2. 21. 22:12
어수룩 저무는 저녁
주머니 깊숙이 손 찌르고
건들건들 휘파람 불며
무명이네 집 갑니다
유리문 열고 수족관 텅텅 치며
아따 그놈들 싱싱하다 목청부터 세우면요
너부죽이 엎드려 연속극 보던 무명엄마
화들짝 놀라 매무새 만집니다
평상에 올라 앉아 보이러 틀면
이내 달아오르는 궁디
우럭이며 도다리가 싱싱하게 흔드는 창 너머엔
어느새 눈발이 치고
난전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어깨에
나리는 눈부신 비늘
이쯤이면 온답니다
신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파도소리
아이고, 이 사람아 우예 여기꺼정 왔노
언 손 당겨잡고 소주 한 잔 맑게 부어주는
구룡포,
밤새 철벅거리며 곁에 앉아
흘러간 세월 잘도 불러 젖힌답니다
(그림 : 신종식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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