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퉁퉁 불어터졌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 속에서 꼬들꼬들 익어가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 미련없이 던져 넣는 어머니.
푹푹 개죽처럼 끓어 가난이 쟁반 위로 오르면
우리들의 그 절제된 여인은 오목한 국자로 침묵을 퍼올렸다.
‘살자’는 두 글자가 길게 올랐다가 그릇에 담겨졌다.
주둥이를 내밀고 당겨 앉아 도대체 얼만큼 살아야
제대로 된 라면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림 : 변응경화백)
'시(詩) > 권선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선희 - 열무김치가 슬프다 (0) 2014.02.21 권선희 - 찔레꽃 (0) 2014.02.21 권선희 - 항구양장점 (0) 2014.02.21 권선희 - 즐거운 합석 (0) 2014.02.21 권선희 - 배웅 (0)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