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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고 돌아올 즈음엔
자망선 옆구리에 매달려 끼걱거리는 타이어
잠든 집어등 간격과
눈더미처럼 쌓인 그물에서 냄새가 난다
종일 노닐던 바람은
바다로 돌아가지만
불빛 고슬고슬 익어가는 골목의 창들은
제 살붙이를 기다리며 흔들리고
하나씩 배웅할 때마다
둥둥 밀려가는 포구
고래를 끌어올리던 판장도
물살을 방류하고 달빛 헛헛 바라보는데
무화과나무가 끙끙 자식을 낳는 담 밑에서
술찌기 초하며 자전거도 쓰러지는데
머물다 떠난 자리는 언제나
비리고 아픈 향기가 난다
(그림 : 신종식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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