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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 술잔의 지문시(詩)/윤성택 2014. 1. 17. 18:57
소주잔 속 지문의 소용돌이가 인다
살갗은 타원은하처럼 유리와 밀착되어 있다
그 중심에서 잔은 자전해 오고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익히며
조금씩 얼굴이 붉어져갔다
포장마차가 있는 골목은
불시착한 행성의 길,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력 때문인가
문득 어지럽다
가로등은 혜성처럼 꼬리가 길고 숨 밖으로 알코올이 푹푹 증발한다
몇 개 기억이 지워진 채 나는 집으로 보내졌다그리고 며칠 후 택시에 두고 내린 지갑에서
주민등록증만 우편함으로 되돌아왔다
뒷면의 지문을 들여다보았다
수없이 떠났으나
되돌아올 수밖에 없던 고향이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그 은하였다
(그림 : 이청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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